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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때‧오늘‧그일] 134년 전 오늘, 광견병의 공포에서 벗어나다
등록일 2019-07-08

[그때‧오늘‧그일] 134년 전 오늘, 광견병의 공포에서 벗어나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전염병·바이러스 간의 투쟁 기록이나 다름없다. 기원전부터 창궐했던 각종 전염성 세균과 바이러스들은 늘 인간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렸고, 이에 맞서 인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하나씩 개발된 치료제들은 인류의 평균 수명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이었던 전염병은 치사율 100%의 광견병이었다. 프랑스 세균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극적으로 백신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명공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사진: Live Science) 

 

 

 

 

세균학의 아버지, 인류의 최대 위협을 제거하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34년 전인 1885년 7월 6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스퇴르의 연구실로 긴급한 전갈이 날아들었다. 며칠 전 미친개에게 물린 조제프 메스테르라는 9세 소년이 광견병에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소년을 가장 먼저 진찰했던 의사는 “손 쓸 도리가 없다”며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다.

그 순간 파스퇴르의 얼굴엔 비장함이 서렸다. 직접 만들어 낸 광견병 백신을 실제로 사용해볼 기회를 얻은 그는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을 퇴치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불탔다.

1년을 꼬박 백신 개발에 매달려온 파스퇴르였다. 그는 광견병 바이러스로 토끼를 감염시킨 뒤 그 토끼의 척수를 채취해 기어이 백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동물 실험엔 성공했지만 사람에게 주사할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파스퇴르는 광견병에 감염된 소년을 찾아가 백신을 주사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백신주사라 순간 주저했지만, 메스테르 어머니의 눈물어린 호소에 과감하게 소년에게 주사기를 꽂았다. 결과는 대성공. 소년은 극적으로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를 완전히 물리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편, 파스퇴르의 광견병 백신을 투여 받아 살아난 메스테르는 이후 파스퇴르 연구소의 관리인으로 평생을 일하며 보은했다. 

 

 

 

 

  

 파스퇴르가 9살 메스테르에게 백신을 주사하는 장면(사진: History of Vaccines)

 

 


이 사건을 계기로 파스퇴르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 명성을 떨치게 됐고, 생명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에 걸맞게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 외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효모의 발견이다. 빚어놓은 술이 상해 농사를 망치는 게 화난 농장주들이 파스퇴르에게 원인을 밝혀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그는 효모의 특성을 발견해 ‘파스퇴르 공법’이라 불리는 저온살균법을 개발해냈다.

이어 맥주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고 양조의 화학적 과정을 밝혀낸 논문을 발표하며, 프랑스 맥주 양조 기술을 대폭 끌어올렸다. 또한 뇌출혈로 쓰러져 몸의 왼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도 연구를 지속한 끝에 탄저병 백신 개발을 이뤄내기도 했다.

 

 

 

 

‘발병 시 치사율 100%’…여전히 위험한 질병

 

 

‘광견병’, 말 그대로 미친개한테 물려서 발생하는 병. 요즘 생각하면 뭐 그리 위험할까 싶겠지만, 파스퇴르가 백신을 개발하기 전까지 광견병은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질병이었다. 긴 잠복기를 거쳐 증세가 발현되면 치사율이 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사실상 손 쓸 방도조차 없었다.

고대부터 존재해온 질병이었지만 파스퇴르가 백신을 발견하기 이전에는 제대로 된 검사법도 예방법도 없었다. 그저 물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한 번 물리면 예외 없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연구자들을 통해 어떻게든 병을 막아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효과는 전무했다.

광견병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단지 개만 조심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개를 비롯한 늑대·여우·너구리 등 개과 동물들은 물론이고, 야생 포유류라면 모두 숙주가 될 수 있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숙주의 타액에 대거 존재하는데, 감염된 동물의 증상은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숨거나 반대로 극도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귀여운 외모에 속으면 안 된다. 개과 동물은 때론 매우 위험하다.(사진: Live Science)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새끼가 근처에 있거나 오랜 굶주림으로 예민한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사람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사람이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며 달려든다면 광견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광견병 잠복기를 지나 발병하게 되면 처음엔 물린 부분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무기력함·두통·구토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신경관을 타고 올라와 뇌까지 영향을 미치면 감기증상과 함께 감정 변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또한 착란·발작과 함께 공격성이 크게 높아진다.

광견병에 걸리면, 갈증을 느끼면서도 물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공수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을 마시려 시도하는 과정에서 후두나 횡격막에 고통스러운 근육경련이 오기 때문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들이 침을 과하게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오로지 주사로만 수분과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증세가 나타난 후 보통 10일 내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며, 대체로 2주 이내에 호흡근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광견병에 감염된 동물이 침을 흘리는 이유는 ‘공수병’ 증상 때문이다.(사진: CDC) 

 

 

이 때문에 동물에게 신체를 물렸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태국처럼 광견병이 흔히 발생하는 국가에서 동물에게 물리게 되면 광견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이래로 광견병 발병이 보고된 바 없다. 정부는 2000년부터 국가방역사업의 일환으로 강원 및 경기지역에 지속적으로 미끼 백신(bait vaccine)을 살포해 광견병을 예방해 왔다. 또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광견병 예방접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견병 발생 추이. 2014년 이후로는 제로다.(사진: dailyvet) 

 

 

다만 광견병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시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반려견 128마리를 검사한 결과, 광견병 항체를 가지고 있는 반려견의 비율은 전체의 64.8%에 불과했다. 즉 반려견 3마리 중 1마리는 광견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파스퇴르의 노력으로 광견병은 이제 치료 가능한 바이러스가 됐다. 하지만 가장 최고의 치료는 예방인 법. 따라서 앞서 언급한 증상을 보이는 동물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만약 정체모를 야생동물에게 물렸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물린 후 치료를 받지 않고 잠복기를 놓칠 경우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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